"나에게 집이랑 내 삶의 서사가 펼쳐지는 곳이다" 서울하우징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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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Hit 1,532회 작성일Date 22-03-10 14:46본문
사람의 삶은 '장소성'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도시에 살면서 '장소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집'이 가진 본래의 '장소성'을 살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집이란 OO이다
: 책을 통해 보는 '주거'이야기
#2 더함플러스협동조합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수동입니다.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은 주거의 공공성 확대, 공동체 회복, 세대통합의 가치를 추구하며, 중장년 세대의 인생 재설계 관점에서 주거 전환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더함플러스협동조합에서 펼치고 있는 주거 전환 운동은 "집이란 '사는(buy)' 것이 아닌 '사는(live)' 곳"이라는 인식의 전환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단순 재무 설계 중심의 생애설계가 아닌 머물러 사는 집, 어울려 사는 집을 중심으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해 대안 탐색부터 실제 주거 이전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며, 50+세대의 주거안정과 더불어 사는 삶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노후의 삶을 대비한 주거계획은 은퇴를 전후한 시기(50+)에 미리 계획되고 준비되어야 하지만, 은퇴 후 주거이전에 대한 마땅한 대안도,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도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에요. 그래서 더함플러스협동조합에서는 50+ 세대의 더 나은 삶을 향한 주거 전환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주거 문제는 무엇인가요?
저는 잃어버린 이웃 그리고 관계의 단절로 인한 사회적 고립의 심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주거 정책은 하드웨어, 즉 양적인 공급을 위주로 한
'주택정책'에 가까워요. '주거정책'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죠.
우리 사회의 주택시장을 먼저 살펴볼까요? 시장은 단순히 인구통계학적 변화나 수요공급만으로 움직이지 않아요. 시장에는 정부와 기업, 개인, 외국인 등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의지죠.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펴고 토지와 공공 주택의 공급과 금리를 조절하느냐에 따라 시장은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서민의 주거안정과 주거의 공공성 회복보다는 경기부양에 치중하였고, 그 결과 자산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개인이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져 버린 집값 때문에, 갈수록 늘어나는 1인 가구는 물론 보통의 중산층마저도 하우스푸어와 전세난민의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죠.
그와 동시에 빠르게 진행된 도시화 속에서 우리 사회는 어느새 함께 사는 법과 공동체 기반을 잃어버렸습니다. 과밀화된 도시 주거 환경에서 관계가 단절된 우리들의 '집'은 다양한 주민 갈등과 세대갈등의 진원지가 되어 버렸죠.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 주택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 집 마련이 어렵다면,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 집을 만들어 보자는 거죠. 혼자서는 어렵지만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가능합니다. 저의 경우, 지금 살고 있는 공동체 주택 여백에 입주하기 전까지 무려 14번의 이사를 다녔습니다. 소위 '전세난민'이었죠.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사 다니고 싶지 않습니다.
결국 더 나은 주거를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즉 주거 공동체 형성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함플러스협동조합에서는 '공동체 주거'를 확산하기 위해 공동체 주거 문화기획, 콘텐츠 개발은 물론 직접적으로 주거공동체를 만들어 공동체 주택 입주까지 안내하는 공동체 주거 코디네이션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공동체 주택 여백
-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공동체 주택으로, 10세대가 함께 살고 있다. 입주 세대의 구성원은 청년부터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공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본인에게 집이란 어떤 곳인가요?
집이란 내 삶의 서사가 펼쳐지는 곳이죠.
사람의 삶은 '장소성'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도시에 살면서 장소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집이 더 이상 내게 의미 있는 공간이라기보단 사고파는 '상품'이 되었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곳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이 어울려 사는 공간으로서의 이야기를 잃어버렸어요.
지난 시간을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집이란 나의 삶이 시작되는 곳이자, 많은 추억들이 담긴 공간이에요. 그래서 한 사람의 삶을 '주거 연대기'라는 관점에서, 즉 그 사람이 살아왔던 집과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편집해 본다면, 가장 왜곡 없이 한 사람의 생각과 삶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 맥락에서 다시 집이 가진 공간의 장소성을 살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의 삶의 이야기가 담긴 공간으로서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집이란 내 삶의 서사가 시작되고 펼쳐지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앞으로 '서울하우징랩'에서 어떤 '주거' 이야기가 오가길 바라나요?
1인 가구 문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울하우징랩이 1인 가구 문제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를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1인 가구의 증가가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주거는 계속 작고 단절된 공간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고립된 개인들을 양산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각 개인들은 내 집 혹은 방을 떠나면 늘 긴장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사회적 현상을 바라보며 저는 어쩌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물론 개인의 독립된 공간과 자유로운 생활이 중요하지만, 그게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잖아요. 이 문제는 단지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개인 간 혹은 세대 간 단절된 사회적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느덧 우리가 잃어버린 함께 사는 법, 그것을 다시 배우고 익히는 시간, 그리고 혈연, 지연, 학연을 넘어 다양한 가치와 취향을 추구하는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관계 근력을 키우고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마다 주민자치 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공간과 인프라를 제공하여 그 누구도 고립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활기 있게 살 수 있는 집과 마을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요.
저는 '1인 가구'가 행복한 사회, 그것이 바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라고 생각해요.
더함플러스협동조합 김수동 이사장이
추천하는 책
추천할 책들을 고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주거 문제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관계' 혹은 '공동체' 와 연관된 책이 떠오르더라고요. '공동체'에 대해서 깊숙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고전적인 책부터 국내외의 다양한 대안 공동체를 소개하는 책들을 추천합니다.
우리는 다르게 살기로 했다 :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로운 사람들을 위한 마을공동체 탐사기
(저자 조 현 / 2018)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를 저자인 조 현 기자가 발로 뛰면서 취재하고 묶은 책입니다. 해외에만 좋은 공동체 사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도 기존의 생각을 뛰어넘는 정말 다양한 공동체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에요. 단 한 권의 책만 추천한다면 이 책을 꼽을 정도로,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는 책이에요.
이상한 정상가족 :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
(저자 김희경 / 2017)
이 책은 '정상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어요. '정상가족' 문제는 주거 문제와도 정말 직접적으로 닿아있어요. 결혼을 통해 완성된 4인 가구를 주거 정책 대상으로 기본적으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1인 가구, 비혼 가구,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이루어진 주거 공동체 등은 주거 정책에서 배제되거나 차별되기 쉽죠. 그래서 이 책도 꼭 추천하고 싶어요.
공동체 주택이 답이다! : 집이 내 삶의 행복을 결정한다면
(저자 김은재 / 2018)
이 책은 부천에서 공동체 주택을 직접 만든 저자가 본인의 사례를 아주 자세히 풀어쓴 것이에요. 왜 공동체 주거를 시작했는지, 커뮤니티를 어떻게 만들고 땅은 어떻게 샀는지, 공동체 주택을 짓고 난 후의 이야기까지. 만약 공동체 주택, 특히 자가 소유형 공동체 주택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이것보다 더 훌륭한 가이드북은 없다고 할 정도로 좋은 안내서에요.
더 나은 삶을 향한 여행, 공동체 : 대안적 생활을 고민하는 생태 공동체 만들기
(저자 코린 맥러플린, 고든 데이비드슨 / 역자 황대권 / 2015)
이 책은 '공동체' 주제에 있어서 고전서와 같은 책이에요. 공동체를 알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학습서와 같은 책이죠.
우리가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 개나 고양이가 그 종에 따라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공부를 하기도 하는데, 하물며 함께 어울려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참 공감되는 말이죠.
이 책은 전 세계의 다양한 공동체 사례를 다루고 있고, 공동체를 생각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서 폭넓게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커뮤니티', '공동체'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에요.
쫌 앞서가는 가족 : 시니어 공동체주거를 생각한다
(저자 김수동 / 2017)
이 책은 고령화 사회에 대한 저의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낸 것이에요.
저도 어릴 적에는 집에 대한 많은 추억이 있는데, 어느덧 중장년 시기에 접어드니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가 사라졌더라고요. 저 뿐만 아니라 50+세대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죠.
'은퇴 후에 10억은 있어야 한다는 데, 그만큼 경제적 준비가 되지 않은 삶은 과연 실패한 삶일까?' 하는 고민을 다들 하죠. 그 와중에 대부분 중장년 세대의 자산의 80%는 집이에요. 쉽게 말해 가진 게 집밖에 없는 사람들이죠. 그러다 보니 더더욱 집에 집착을 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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