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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가르치지 않지만 모두가 배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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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61회 작성일 17-04-08 14:17

    본문

    아무도 가르치지 않지만 모두가 배우는 시간

     

     

    <50+, 공동체주거 시작하기>

     

    서울시50플러스서부캠퍼스에서 우리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이 주관하여 운영하는 중장년 대상 공동체주거 강좌이다. 지난해 50플러스재단 프로그램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한 후, 올해 정규과정으로 채택되었다. 지난 3월초 시작되어 주1회씩 12회차 강의로 계획된 본 강좌는 이제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본 강좌는 고령화와 저성장시대를 대비하여 더불어 사는 공동체주거를 지향하지만 주택이라는 하드웨어 보다는 공동체, 관계라는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함께 집을 짓고 산다는 것은 어디에 어떤 집을 짓느냐의 문제보다 누구와 어울려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가 보다 더 예민한 사안이다. 또한 내가 일반적인 주거, 건축이라는 분야에 전혀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공동체, 관계에 대해 사람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할만한 역량과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동체, 관계에 대해 누가 누구에게 가르치고 교육한다는 것 또한 얼마나 우스운가? 특히 세상을 살 만큼 사신 5060 세대를 대상으로.

     

    그래서 본 강좌를 기획하면서 나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섣불리 가르치지 않는다.

    둘째, 소비하는 교육이 아닌 서로 소통하고 참여하는 자리를 만든다.

    셋째, 주택 소비자에서 삶의 기획자, 공동체주택의 공급자로 전환을 안내한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나는 누군가를 가르칠만한 사람이 못된다. 그저 컨텐츠 기획자로 주제와 관련한 사실을 기초로 하여 기획의도에 맞게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공동체주택의 주민으로써 나의 경험에 근거한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 강좌는 불편하다. 내가 피교육생으로 경험을 해보니 강사가 혼자 말하고 모든 수강생들이 그저 강사 이야기를 듣는 교육이 가장 재미도 없고 피곤한 일이다. 공동체주거에는 모두를 위한 답이 있는 것도 아니며,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관계, 공동체 그리고 우리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강의형 수업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서로 소통하고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최대한 반영하였다. 강좌를 진행함에 있어 수강생은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함께 토론하는 토론수업에는 수강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사례를 직접 발제할 수 있다. 토론문화가 익숙지 않은 중장년들에게 토론수업은 운영의 묘가 중요하다. 토론이 특정인에게 집중되거나 주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구조화해야 하며, 안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돌발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지난해 주거전환강좌에 참여하셨던 일부 수강생들이 함께 하고 있다. 우리 강좌는 흔치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례를 가지신 분들이 많이 참여하신다. 강좌를 진행하면서 인사를 나누다 보면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분들의 자세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 생생한 사례를 서로가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강좌 초기 어느 정도 공동체주거에 대한 중요 개념이 다뤄지고 나면 모든 수강생들에게 내가 꿈꾸는 주거에 대한 에세이 작성이 요구된다. 그간 강좌를 진행하면서 공동체주거에 대한 나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공동체주거 과연 나에게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또 염려되는 사항은 무엇이지? 만약 추진한다면, 내가 원하는 주거는 어떠한 모습인지? (어디서, 누구와, 어떤 삶을 원하는가?)에 대해서 자유롭게 정리해 보는 것이다. 주거에 있어 중요한 것은 남들이 선호하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면, 비로소 그 모습에 가까운 현실 속 모델을 찾아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다 마친 종반부에 드디어 현장탐방에 나선다. 현장탐방을 종반부에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그랬던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프로그램 초반에 현장탐방을 가면 그저 집만 본다. 입지, 환경, 외부 디자인, 내부인테리어와 같은 하드웨어 관점만 보다가 결국은 평당 얼마 들었어요?”로 종결되기 일쑤이다. 그러나 공동체주택의 본질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 주거의 개념을 정리한 이후에 현장탐방에 나서면 하드웨어로서 집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주목을 하게 된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모였으며, 집을 이러한 구조로 만든 이유는 무엇이며, 진행과정에 어떤 애로가 있었고, 지금 사는데 있어 좋은 건 무엇이고, 예상치 못한 어려움은 무엇인지...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물론 여전히 평당 얼마에요?”도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강좌는 그저 편하게 강사 이야기를 듣고 교육을 소비하기 원하는 수강생들에게는 매우 피곤하고 불편한 교육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 강좌의 수강생들이 과거 주택시장의 소비자에서 삶의 기획자, 공동체주택의 공급자로 변화하기를 희망한다. 이것은 우리가 공동체주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대단한 공적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야 개인도 살고 사회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집값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공동체주택은 물론 내가 꿈꾸는 주거는 결국 요원한 일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글로 정리한 바가 있기 때문에 생략한다.)

     

    <50+, 공동체주거 시작하기>

    우리 강좌는 아무도 가르치지 않지만 모두가 배우는 시간이고 자리이다.

     

    여러 가지로 어설프고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에서, 분당에서, 심지어 남양주, 양평에서도 금요일 아침의 출근시간을 뚫고 수업에 참여하신다. (멀리서 오시다보니 강의 초기에 강의 횟수를 주2회로 늘리거나 강의 시간을 2시간이 아니라 4시간으로 늘려 전체 강좌 운영기간을 줄이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빨리 끝내고 쉽게 잊히기보다는 최소한 한 계절 정도의 시간 동안 공동체주거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되기를 원했다.) 너무나 감사하고 죄송스럽고 또 내가 늘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강생 한분 한분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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